안녕하세요. 현재 서울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망막 전문의, "모두의 망막" 입니다.

 

제가 수술해드린 환자분께서 망막박리가 왜 생겼는지 질문을 주셨습니다. 아마도 망막박리가 혹시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생기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종종 다른 환자분들도 질문을 주셨기에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Q. 망막박리가 생긴 원인(이유)이 무엇인가요? 제가 핸드폰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요?

A: 망막박리가 생기는 원인(이유)에 환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부분은 없습니다.

망막박리의 원인과 환자의 생활 패턴, 식습관, TV를 보는 것, 핸드폰을 보는 것 등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망막박리가 생기는 이유는, 망막을 당기는 힘이 세서, 망막이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고, 들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종이를 당기고 있을 때, 종이가 아무리 두꺼워도 당기는 힘이 더 세다면 종이는 찢어질 것이며, 반대로 종이를 당기는 힘이 아무리 약하더라도 종이가 매우 얇거나 물에 젖어서 약해진 상태라면 찢어질 것입니다.

 

망막을 당기는 힘이 세지는 가장 큰 원인은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후유리체분리"라는 현상 때문에 견인력이 세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구가 앞뒤로 길어 높은 도수의 근시가 생기는 "축성 고도 근시" 에서는 젊은 나이에서 "후유리체분리"가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경우, 망막이 얇은 경우가 많아 더욱 쉽게 망막 박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비염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종종 망막박리가 생기곤 합니다.

 

아토피는 면역 시스템이 자기를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 소인을 일컫습니다. 이러한 소인은 저강도의 비감염성 염증을 전신에 동반하는데, 피부에 두드러지면 피부염, 코에 두드러지면 비염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망막에도 이러한 저강도의 염증이 반복되면, 망막이 점점 얇아지고 다발성 구멍 (열공)이 생기면서 망막박리가 진행됩니다.

 

그 외에도 심한 포도막염, 망막염, 유전적으로 망막이나 유리체에 질병이 있는 분들도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잦은 외상으로도 생깁니다. 간혹 복싱 만화 등에서 복서들이 망막박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접해보신 바 있으실 겁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환자분들께서 잘못하신 게 없다는 겁니다. 간혹 죄책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눈, 특히 성인의 눈의 구조나 내재적인 특성을 여러분의 행동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안좋은 방향이든 말입니다.

 

기저질환이나 외상과 관련된 일부 질환이 아닌 경우에는, 환자분들의 잘못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뒤집어 얘기하면, 슬프게도 예방할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비문증이나 시야가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안과로 오시는 것이 제일 현명한 길입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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