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소재 대학부속병원 망막 전문의 "모두의 망막" 입니다.

 

망막색소변성증, 대표적인 유전성 망막질환 중 하나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질환입니다.

 

이 글을 읽고 망막색소변성증의 증상, 진단, 진행속도,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Q1. 망막색소상피변성증 (Retinitis Pigmentosa, RP) 란 무엇인가요?

A: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이란 시각세포 (photoreceptor)가 유전자의 문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서서히 파괴되어, 마지막에는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질병입니다.

우리 눈에는 두 종류의 시각세포가 있습니다. 하나는 막대세포 (rod cell)이며, 빛의 밝고 어두움을 인식하는 기능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원뿔세포 (cone cell)이며, 색깔을 인식하는 기능을 합니다.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막대세포 -> 원뿔세포 순서로 점점 시각세포가 파괴되는 질병입니다.

 

이 두 세포가 파괴되면, 아래에 있는 망막색소상피 (retinal pigment epithelium, RPE)가 망막 위쪽으로 이동하여 특정한 모양을 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망막색소상피의 변화는 시각세포의 파괴에 따른 2차적 변화이지만, 처음 질병을 발견할 당시 육안으로 먼저 보였던 소견을 바탕으로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Q2.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의 증상은 어떠한 것이 있나요?

A: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의 제일 주요한 증상은 야맹증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처음에는 시각세포 중에서 막대세포가 먼저 파괴됩니다. 막대세포는 빛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인식하는 기능을 합니다.

 

어두운 밤에 조명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물체를 바라보면 색깔은 잘 인식되지 않지만 빛의 밝고 어두운 정도로 물체의 형태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막대세포가 제 기능을 하면 어두운 밤에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망막색소상피변성증에서는 초기에 막대세포부터 망가집니다. 따라서 어두운 밤에 잘 못보는 야맹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단 하나, 여러분이 아셔야 할 것은 그 누가봐도 깜깜하고 안보이는 방에서 남들보다 잘 못본다고 야맹증이 아닙니다. 막대세포의 기능의 개인차는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야맹증은, 가령 해가 지기 직전 어둑어둑한 정도의 환경 또는 해가 뜨기 전 어슴푸레한 새벽같은 정도의 조명에 남들보다 확연히 물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제일 쉽습니다.

 

그렇지만 야맹증이 있다고 모두가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아닙니다.

 

제일 흔한 야맹증의 원인은 교정하지 않은 근시입니다. 근시가 있는 사람들이 밤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운전을 하려고 하면 밤길이 남들보다 더 어둡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Q3.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A: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아주 일부 유전자 변이에 대한 부분 외에는 치료 방법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주 일부의 환자는 유전자 치료제로 치료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습니다. 저도 외래에서 환자분들을 뵐 때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매우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유전자 치료제 입니다.

 

상품명 럭스터나 (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는 RPE65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성 망막질환의 치료제로서 미국 식약처와 한국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실제로 시술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수 많은 (적어도 200개 이상) 유전자의 변이로 구성된 질환입니다.
  • 따라서 각각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나오기란 현실적으로 아직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유전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매우 긴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 게다가 이 유전자 치료제는 매우 고가입니다. 한 번의 수술에 들어가는 약값만 대략 10억원 입니다.
  • 그리고 망막하 공간에 약물을 위치시키야 하기 때문에 수술로 접근해야 하는데, 드물지만 수술 자체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Q4.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의 진행 양상 및 속도는 어떻게 되나요?

A: 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분은 청소년기에 중심까지 모두 진행하여 시력을 잃기도 하고, 어떤 분은 고령의 나이까지 중심 시야를 보존하고 사시기도 합니다.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막대세포부터 파괴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막대세포는 황반 (망막의 중심, 중심시력을 담당) 바깥 부분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시야부터 서서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여 점점 좁아집니다. 더 진행되어 원뿔세포까지 진행되면 그 때는 중심시야마저 점차 망가지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진행의 속도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1) 변이된 유전자가 다르고 2) 유전 양상이 다르며 (상염색체 우성, 열성 / 성염색체 우성, 열성 등) 3) 동일한 유전자 변이라 할지라도 침투도 (penetration)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하여 진행 속도를 체크해보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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